가이드 · 07

주기적 경향: 원자 반지름·이온화 에너지·전기음성도·전자 친화도

원자 반지름, 이온화 에너지, 전기음성도, 전자 친화도가 주기율표에서 어떤 방향으로 변하는지, 그 뿌리인 유효 핵전하와 가리움 효과는 무엇인지, 그리고 베릴륨·붕소, 질소·산소, 플루오린·염소 같은 대표적인 예외까지 설명한다.

주기율표의 가장 큰 힘은 한 원소의 성질을 이웃 원소로부터 짐작할 수 있게 해 준다는 데 있다. 그 짐작의 근거가 주기적 경향이다. 원자 크기, 전자를 떼어 내는 데 드는 에너지, 전자를 끌어당기는 힘 같은 값들은 주기율표의 가로와 세로를 따라 일정한 방향으로 변한다. 이 글에서는 네 가지 대표 경향과 그 이유, 그리고 규칙을 벗어나는 예외를 차례로 살펴본다.

모든 경향의 뿌리: 유효 핵전하와 가리움

원자의 바깥 전자는 핵의 양전하에 끌리지만, 그 사이에 있는 안쪽 전자들이 인력의 일부를 가려 준다. 그래서 바깥 전자가 실제로 느끼는 양전하는 핵의 전체 전하보다 작다. 이를 유효 핵전하(Z_eff)라 하고, 대략 다음과 같이 생각할 수 있다.

Z_eff ≈ Z − S

여기서 Z는 원자번호(양성자 수), S는 가리움 상수다. 같은 껍질의 전자끼리는 서로를 잘 가려 주지 못하고, 안쪽 껍질의 전자는 바깥 전자를 효과적으로 가린다.

슬레이터 규칙이라는 간단한 어림법으로 계산하면, 리튬의 2s 전자가 느끼는 유효 핵전하는 약 1.3, 같은 2주기의 플루오린 2p 전자는 약 5.2다. 같은 주기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양성자는 하나씩 늘지만 늘어난 전자는 같은 껍질에 들어가 가리움이 조금밖에 늘지 않는다. 그래서 같은 주기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유효 핵전하가 커진다. 반면 족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 전자 껍질이 한 층씩 늘어 바깥 전자가 핵에서 멀어진다.

이 두 가지, 곧 "오른쪽으로 갈수록 강해지는 핵의 인력"과 "아래로 갈수록 멀어지는 바깥 전자"가 아래 네 경향을 거의 모두 설명한다.

1. 원자 반지름

  • 주기에서 오른쪽으로: 작아진다. 유효 핵전하가 커져 전자 구름을 안쪽으로 끌어당기기 때문이다.
  • 족에서 아래로: 커진다. 전자 껍질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큰 원자는 주기율표 왼쪽 아래(세슘·프랑슘)에, 가장 작은 원자는 오른쪽 위(헬륨·플루오린)에 있다. 원자는 경계가 뚜렷한 공이 아니므로 반지름은 측정 방법에 따라 공유 반지름, 금속 반지름, 판데르발스 반지름 등으로 나뉘고 값도 조금씩 다르다. 서로 다른 자료의 값을 비교할 때는 같은 종류의 반지름인지 확인해야 한다.

이온이 되면 크기가 달라진다. 양이온은 전자를 잃어 원래 원자보다 작아지고, 음이온은 전자가 늘어 전자끼리의 반발이 커지면서 원래 원자보다 커진다. 전자 수가 같은 이온들(등전자 이온)을 비교하면 양성자가 많을수록 작다. 예를 들어 전자가 10개인 O²⁻, F⁻, Na⁺, Mg²⁺ 가운데 O²⁻가 가장 크고 Mg²⁺가 가장 작다.

d 블록에서는 반지름 변화가 완만하고, 13족의 갈륨이 알루미늄과 크기가 거의 같은 것처럼 d 전자의 약한 가리움에서 오는 예외도 있다. 6주기에서는 란타넘족 수축 때문에 하프늄이 지르코늄과 거의 같은 크기가 된다.

2. 이온화 에너지

이온화 에너지는 기체 상태의 원자에서 전자 하나를 떼어 내는 데 필요한 최소 에너지다. 전자를 붙잡는 힘이 셀수록 크다.

  • 주기에서 오른쪽으로: 대체로 커진다.
  • 족에서 아래로: 작아진다.

2주기 원소의 첫 번째 이온화 에너지(eV)를 보면 경향과 예외가 함께 보인다.

원소LiBeBCNOFNe
이온화 에너지5.399.328.3011.2614.5313.6217.4221.56

전체적으로는 오른쪽으로 갈수록 커지지만 두 군데에서 꺾인다.

  • 베릴륨 > 붕소: 붕소에서 떼어 내는 전자는 2p 전자다. 2p는 2s보다 에너지가 높고 2s 전자에 조금 가려지므로 떼어 내기 쉽다.
  • 질소 > 산소: 질소는 세 개의 2p 오비탈에 전자가 하나씩 들어 있다. 산소에서는 네 번째 2p 전자가 이미 전자가 있는 오비탈에 짝을 지어 들어가므로 전자끼리의 반발 때문에 떼어 내기가 쉬워진다.

같은 패턴이 3주기의 마그네슘·알루미늄, 인·황 사이에서도 반복된다.

전자를 연달아 떼어 내면 두 번째, 세 번째 이온화 에너지가 된다. 마그네슘의 경우 첫째 약 7.6 eV, 둘째 약 15.0 eV까지는 완만하게 늘지만 셋째는 80 eV를 넘는다. 셋째 전자는 안정한 네온 배치의 안쪽 껍질에서 떼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급격한 도약은 마그네슘이 +2 이온이 된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 준다.

3. 전기음성도

전기음성도는 화학 결합 속에서 원자가 공유 전자쌍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는 정도다. 이온화 에너지처럼 직접 측정하는 값이 아니라 여러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한 상대적 척도이며,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은 라이너스 폴링이 제안한 폴링 척도다.

  • 주기에서 오른쪽으로: 커진다.
  • 족에서 아래로: 작아진다.

가장 큰 값은 플루오린(3.98)이고, 산소(3.44), 염소(3.16), 질소(3.04)가 뒤를 잇는다. 가장 작은 쪽은 세슘(0.79)과 프랑슘(0.7) 등이다. 비활성 기체는 대부분 결합을 만들지 않아 값이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두 원자의 전기음성도 차이는 결합의 성격을 알려 준다. 차이가 작으면 전자를 고르게 나누는 무극성 공유 결합, 차이가 커질수록 한쪽으로 치우친 극성 공유 결합, 매우 크면 이온 결합에 가까워진다. 물 분자가 극성을 띠어 소금을 잘 녹이는 것도 산소(3.44)와 수소(2.20)의 전기음성도 차이에서 비롯된다.

4. 전자 친화도

전자 친화도는 기체 상태의 원자가 전자 하나를 얻을 때 방출하는 에너지다. 값이 클수록 전자를 받아들이기 좋아한다는 뜻이다.

  • 주기에서 오른쪽으로: 대체로 커지며 17족 할로젠에서 가장 크다.
  • 족에서 아래로: 대체로 작아지지만 예외가 많다.

가장 유명한 예외는 염소가 플루오린보다 전자 친화도가 크다는 사실이다(염소 약 3.6 eV, 플루오린 약 3.4 eV). 플루오린 원자는 매우 작아 좁은 2p 오비탈에 새 전자가 들어오면 기존 전자들과의 반발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플루오린의 전기음성도와 반응성이 가장 큰 것은 전자 친화도 외에 결합 에너지, 원자 크기 같은 다른 요소가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2족 원소(s 오비탈이 꽉 참), 15족의 질소(p 오비탈이 반쯤 참), 18족 비활성 기체(껍질이 꽉 참)는 전자를 더 받아들여도 에너지가 거의 방출되지 않거나 오히려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이들의 전자 친화도는 0에 가깝거나 음수로 표시되며, 자료에 따라 값을 비워 두기도 한다.

금속성과 경향의 연결

네 경향을 합치면 금속성의 경향이 나온다. 이온화 에너지가 작고 전기음성도가 작은 원소일수록 전자를 쉽게 잃는 금속성이 강하다. 따라서 금속성은 왼쪽 아래로 갈수록 강하고, 오른쪽 위로 갈수록 비금속성이 강하다. 이 대각선 방향의 흐름이 앞서 본 준금속의 계단 모양 경계를 만든다.

정리

성질주기 → 오른쪽족 ↓ 아래
원자 반지름감소증가
이온화 에너지증가(2·13족, 15·16족 사이 예외)감소
전기음성도증가감소
전자 친화도대체로 증가(2·15·18족 예외)대체로 감소(F < Cl)

경향을 외우기보다 "유효 핵전하가 오른쪽으로 커지고, 껍질은 아래로 늘어난다"는 두 문장에서 스스로 이끌어 내는 연습을 하면 예외까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주기율표에서 같은 주기나 같은 족 원소의 이온화 에너지와 전기음성도를 차례로 비교해 보면 이 흐름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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