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 · 08
전자 배치 완벽 정리: 쌓음 원리·파울리 배타 원리·훈트 규칙
원자의 전자 배치를 쓰는 세 가지 규칙인 쌓음 원리, 파울리 배타 원리, 훈트 규칙을 예제와 함께 설명하고, 오비탈 박스 표기와 비활성 기체 약식 표기, 크로뮴과 구리 같은 예외 배치를 읽는 법까지 정리한다.
주기율표의 모양과 원소의 화학적 성질은 결국 전자가 원자 안에서 어떻게 배치되어 있느냐에서 나온다. 전자 배치는 원자의 전자들이 어떤 오비탈에 몇 개씩 들어 있는지를 적은 것이다. 처음에는 암호처럼 보이지만 세 가지 규칙만 알면 대부분의 원소를 직접 쓸 수 있다.
기본 용어: 껍질, 부껍질, 오비탈
전자의 상태는 몇 가지 양자수로 나타낸다. 전자 배치를 쓰는 데 필요한 것만 추리면 다음과 같다.
- 껍질(주양자수 n): 1, 2, 3, …으로 커질수록 핵에서 멀고 에너지가 높다.
- 부껍질(s, p, d, f): 한 껍질 안에서 오비탈의 모양에 따라 나뉜다. n번째 껍질에는 n종류의 부껍질이 있다. 1껍질은 1s뿐, 2껍질은 2s·2p, 3껍질은 3s·3p·3d다.
- 오비탈: 전자가 발견될 확률이 높은 공간. s 부껍질에는 1개, p에는 3개, d에는 5개, f에는 7개의 오비탈이 있다.
오비탈 하나에는 전자가 최대 2개 들어간다. 따라서 각 부껍질의 최대 전자 수는 s 2개, p 6개, d 10개, f 14개다.
전자 배치는 1s² 2s² 2p⁴처럼 부껍질 이름 뒤에 위첨자로 전자 수를 적는다. 이것은 산소(전자 8개)의 배치로, 1s에 2개, 2s에 2개, 2p에 4개가 있다는 뜻이다.
규칙 1: 쌓음 원리
쌓음 원리(아우프바우 원리)는 바닥상태의 원자에서 전자가 에너지가 낮은 오비탈부터 차례로 채워진다는 규칙이다. 문제는 오비탈의 에너지 순서가 껍질 번호 순서와 다르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4s가 3d보다 먼저 채워진다.
채워지는 순서는 대체로 다음과 같다.
1s → 2s → 2p → 3s → 3p → 4s → 3d → 4p → 5s → 4d → 5p → 6s → 4f → 5d → 6p → 7s → 5f → 6d → 7p
이 순서를 외우기 쉽게 정리한 것이 n + l 규칙(마델룽 규칙)이다. s, p, d, f의 l 값을 각각 0, 1, 2, 3으로 두고,
- n + l 값이 작은 부껍질부터 채운다.
- n + l 값이 같으면 n이 작은 쪽을 먼저 채운다.
예를 들어 4s는 4+0=4, 3d는 3+2=5이므로 4s가 먼저다. 3d(5)와 4p(4+1=5)는 값이 같으므로 n이 작은 3d가 먼저다. 많은 교과서가 이를 대각선 화살표 그림으로 보여 준다.
주기율표 자체가 이 순서를 그대로 담고 있다는 점도 기억하면 좋다. 표를 왼쪽 위에서 오른쪽으로 읽어 내려가면 s 블록 → (f 블록) → d 블록 → p 블록 순서로 지나가며, 이것이 곧 채움 순서다.
규칙 2: 파울리 배타 원리
파울리 배타 원리는 한 원자 안에서 네 가지 양자수가 모두 같은 전자는 둘 이상 존재할 수 없다는 원리다. 전자 배치 관점에서 정리하면, 오비탈 하나에는 전자가 최대 2개까지 들어가며 두 전자의 스핀은 서로 반대여야 한다. 오비탈 박스 그림에서 한 칸에 위 화살표(↑)와 아래 화살표(↓)를 하나씩 그리는 이유다.
규칙 3: 훈트 규칙
훈트 규칙은 에너지가 같은 오비탈이 여러 개 있을 때, 전자가 가능한 한 여러 오비탈에 하나씩 같은 스핀 방향으로 먼저 들어간 뒤에 짝을 짓는다는 규칙이다. 버스의 2인석이 비어 있을 때 사람들이 먼저 빈 자리에 한 명씩 앉고, 자리가 다 찬 다음에야 옆자리에 앉는 것과 비슷하다. 전자끼리는 서로 밀어내므로 다른 오비탈에 떨어져 있는 편이 에너지가 낮기 때문이다.
오비탈 박스 표기로 그려 보기
질소(전자 7개)를 예로 들어 보자. 배치는 1s² 2s² 2p³이다. 오비탈 박스로 그리면 다음과 같다.
- 1s: [↑↓]
- 2s: [↑↓]
- 2p: [↑ ] [↑ ] [↑ ]
2p의 전자 3개는 훈트 규칙에 따라 세 칸에 하나씩 같은 방향으로 들어간다. 그래서 질소에는 짝짓지 않은 전자(홀전자)가 3개 있다.
산소(전자 8개)는 1s² 2s² 2p⁴이며, 2p는 다음과 같다.
- 2p: [↑↓] [↑ ] [↑ ]
네 번째 2p 전자가 한 칸에서 짝을 지으므로 홀전자는 2개다. 앞서 주기적 경향 가이드에서 본 "질소가 산소보다 이온화 에너지가 크다"는 예외가 바로 이 짝지은 전자의 반발에서 나온다.
비활성 기체 약식 표기
원자가 커지면 배치가 길어진다. 예를 들어 철(전자 26개)을 모두 쓰면 다음과 같다.
1s² 2s² 2p⁶ 3s² 3p⁶ 4s² 3d⁶
앞부분 1s² 2s² 2p⁶ 3s² 3p⁶는 아르곤(전자 18개)의 배치와 똑같다. 그래서 이 부분을 대괄호 속 비활성 기체 기호로 줄여 쓴다.
[Ar] 4s² 3d⁶
이를 비활성 기체 약식 표기라 한다. 괄호 안은 화학 반응에 거의 참여하지 않는 안쪽 전자(core 전자)이고, 뒤에 적힌 부분이 성질을 좌우하는 바깥 전자(원자가 전자)다. 몇 가지 예를 더 들면 다음과 같다.
| 원소 | 전자 수 | 약식 표기 |
|---|---|---|
| 소듐(Na) | 11 | [Ne] 3s¹ |
| 염소(Cl) | 17 | [Ne] 3s² 3p⁵ |
| 칼슘(Ca) | 20 | [Ar] 4s² |
| 아연(Zn) | 30 | [Ar] 3d¹⁰ 4s² |
| 브로민(Br) | 35 | [Ar] 3d¹⁰ 4s² 4p⁵ |
같은 족 원소의 약식 표기를 나란히 놓으면 바깥 전자 배치가 똑같이 반복된다는 것이 보인다. 소듐은 [Ne]3s¹, 포타슘은 [Ar]4s¹, 루비듐은 [Kr]5s¹이다. 같은 족 원소의 성질이 닮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껍질을 적는 순서는 두 가지 관례가 있다. 채워지는 순서대로 [Ar] 4s² 3d⁶처럼 쓰기도 하고, 껍질 번호 순서대로 [Ar] 3d⁶ 4s²처럼 쓰기도 한다. 두 표기는 같은 배치를 뜻한다.
예외: 크로뮴과 구리
쌓음 원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크로뮴(전자 24개)은 [Ar] 4s² 3d⁴, 구리(29개)는 [Ar] 4s² 3d⁹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측정된 바닥상태는 다르다.
- 크로뮴:
[Ar] 4s¹ 3d⁵ - 구리:
[Ar] 4s¹ 3d¹⁰
4s 전자 하나가 3d로 옮겨 가서 d 부껍질이 절반(d⁵) 또는 완전히(d¹⁰) 채워진 형태가 된 것이다. 흔히 "반쯤 찬 부껍질과 꽉 찬 부껍질이 특별히 안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4s와 3d의 에너지가 매우 가까워, 같은 스핀의 전자들 사이에서 생기는 교환 에너지의 이득과 전자 반발의 감소가 4s 전자 하나를 옮기는 비용보다 크기 때문이다.
같은 족의 몰리브데넘([Kr] 5s¹ 4d⁵)과 은([Kr] 5s¹ 4d¹⁰), 금([Xe] 4f¹⁴ 5d¹⁰ 6s¹)도 비슷한 예외를 보인다. 팔라듐([Kr] 4d¹⁰)처럼 s 전자가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무거운 원소로 갈수록 예외가 늘어나는데, 오비탈 사이의 에너지 차이가 작아지고 상대론적 효과까지 작용하기 때문이다. 시험에서는 크로뮴과 구리가 가장 자주 나오지만, 규칙은 어디까지나 "대체로" 맞는 근사라는 점을 기억하면 된다.
이온의 전자 배치
양이온을 만들 때는 가장 바깥 껍질(n이 가장 큰)의 전자부터 떼어 낸다. 채울 때는 4s가 3d보다 먼저였지만, 뺄 때도 4s가 먼저다.
- Fe:
[Ar] 3d⁶ 4s²→ Fe²⁺:[Ar] 3d⁶→ Fe³⁺:[Ar] 3d⁵ - Cu:
[Ar] 3d¹⁰ 4s¹→ Cu⁺:[Ar] 3d¹⁰→ Cu²⁺:[Ar] 3d⁹
음이온은 전자를 더한다. 염소([Ne] 3s² 3p⁵)가 전자 하나를 얻으면 Cl⁻([Ne] 3s² 3p⁶)가 되어 아르곤과 같은 배치가 된다.
연습: 스스로 써 보기
다음 순서로 연습하면 어떤 원소든 배치를 쓸 수 있다.
- 원자번호로 전자 수를 확인한다(중성 원자 기준).
- 바로 앞 비활성 기체를 찾아 대괄호로 쓴다.
- 주기율표에서 그 비활성 기체 다음 칸부터 해당 원소까지 지나가는 블록을 따라 s, (f), d, p 순서로 전자를 채운다.
- 크로뮴·구리 계열의 예외인지 확인한다.
예를 들어 셀레늄(34)은 앞 비활성 기체가 아르곤(18)이다. 남은 16개를 4s에 2개, 3d에 10개, 4p에 4개 채우면 [Ar] 3d¹⁰ 4s² 4p⁴가 된다. 4p⁴이므로 산소와 같은 16족이라는 것도 바로 알 수 있다. 원소 상세 페이지의 전자 배치와 비교하며 연습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