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 · 02

주기율표의 역사: 세쌍원소에서 7주기 완성까지

되베라이너의 세쌍원소, 뉴랜즈의 옥타브 법칙, 1869년 멘델레예프의 표와 빈칸 예언, 모즐리의 원자번호, 시보그의 악티늄족 개념, 2016년 7주기 완성까지 약 200년에 걸쳐 주기율표가 만들어진 과정을 주요 장면별로 따라간다.

오늘날 교실 벽에 걸린 주기율표는 한 사람의 발명품이 아니다. 19세기 초부터 여러 화학자가 원소들 사이의 규칙을 찾으려 애썼고, 20세기 물리학이 그 규칙의 이유를 설명했으며, 21세기에 들어서야 마지막 빈칸이 채워졌다. 이 글에서는 그 200년 가까운 과정을 주요 장면별로 정리한다.

배경: 원소가 늘어나고 원자량이 측정되다

18세기 말 라부아지에가 "더 이상 분해할 수 없는 물질"이라는 근대적 원소 개념을 정리하고, 19세기 초 돌턴의 원자론이 받아들여지면서 화학자들은 원소마다 고유한 무게, 곧 원자량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전기 분해와 분광학 같은 새로운 기술로 발견되는 원소도 빠르게 늘었다. 1860년대에는 알려진 원소가 60개를 넘었고, 이 많은 원소를 어떤 원리로 정리할 것인가가 자연스러운 질문이 되었다.

1860년 독일 카를스루에에서 열린 국제 화학 회의도 중요한 계기였다. 이 회의를 계기로 아보가드로의 가설에 바탕을 둔 일관된 원자량 체계가 널리 퍼졌고, 원자량을 기준으로 원소를 줄 세우는 일이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되었다.

되베라이너의 세쌍원소 (1817~1829)

독일 화학자 요한 볼프강 되베라이너는 1817년 무렵부터 비슷한 성질을 가진 원소 세 개를 묶으면 가운데 원소의 원자량이 양 끝 원소 원자량의 평균에 가깝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1829년에 그는 이런 묶음을 여러 개 제시했는데, 이를 세쌍원소(triads)라고 부른다.

  • 칼슘 · 스트론튬 · 바륨
  • 염소 · 브로민 · 아이오딘
  • 리튬 · 소듐 · 포타슘

예를 들어 리튬과 포타슘의 원자량 평균은 소듐의 원자량과 꽤 가깝다. 세쌍원소는 모든 원소에 적용되지는 않았지만, 원소의 성질과 원자량 사이에 수치적 관계가 있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분명히 보여 주었다. 오늘날 이 세 묶음은 각각 2족, 17족, 1족에 그대로 모여 있다.

뉴랜즈의 옥타브 법칙 (1864~1866)

영국 화학자 존 뉴랜즈는 1864년부터 원소를 원자량 순서로 늘어놓았을 때 여덟 번째마다 비슷한 성질이 되풀이된다는 규칙을 발표했다. 음계에서 여덟 번째 음이 다시 '도'가 되는 것에 빗대어 이를 옥타브 법칙이라 불렀다.

이 규칙은 가벼운 원소들에서는 꽤 잘 맞았지만, 칼슘 이후 무거운 원소로 가면 어긋났다. 또 뉴랜즈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원소를 위한 빈자리를 두지 않았고, 한 칸에 원소 두 개를 억지로 넣기도 했다. 1866년 런던 화학회에서 발표했을 때 반응은 차가웠고, 원소를 알파벳 순서로 늘어놓아도 비슷한 규칙을 찾을 수 있지 않느냐는 조롱 섞인 질문까지 받았다고 전해진다. 뉴랜즈의 공로는 한참 뒤인 1887년 왕립학회의 데이비 메달로 인정받았다.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 (1869)

1869년 3월 러시아의 드미트리 멘델레예프는 원소를 원자량 순서로 배열하되 성질이 비슷한 원소가 같은 줄에 오도록 정리한 표를 발표했다. 비슷한 시기 독일의 로타어 마이어도 원자 부피 같은 물리적 성질의 주기성을 바탕으로 매우 닮은 표를 만들었다. 두 사람은 1882년 왕립학회의 데이비 메달을 함께 받았다.

멘델레예프의 표가 특히 유명해진 데에는 두 가지 대담한 선택이 있었다.

  1. 빈칸을 남겼다. 성질이 맞지 않는 곳에서는 원자량 순서를 억지로 채우지 않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원소의 자리를 비워 두었다.
  2. 빈칸의 원소를 예언했다. 1870년 무렵 그는 몇몇 빈칸에 들어갈 원소의 원자량, 밀도, 산화물의 화학식 같은 성질을 구체적으로 예측했다.

그는 이 미지의 원소들에 산스크리트어로 '하나'를 뜻하는 접두어 '에카'를 붙여 이름을 지었다.

멘델레예프의 이름실제 원소발견 연도발견자
에카알루미늄갈륨(Ga)1875르코크 드 부아보드랑
에카붕소스칸듐(Sc)1879닐손
에카규소저마늄(Ge)1886빙클러

갈륨의 이야기는 특히 극적이다. 르코크 드 부아보드랑이 처음 측정한 갈륨의 밀도는 멘델레예프의 예측(약 5.9 g/cm³)과 차이가 있었다. 멘델레예프가 다시 측정해 보라고 권했고, 시료를 더 정제해 측정하자 예측에 가까운 값이 나왔다. 저마늄 역시 원자량과 밀도, 산화물의 성질이 예측과 잘 맞았다. 이런 적중이 쌓이면서 주기율표는 단순한 분류표가 아니라 자연의 법칙을 담은 도구로 인정받게 되었다.

멘델레예프는 몇몇 원소의 순서를 원자량과 반대로 바꾸기도 했다. 예를 들어 텔루륨은 아이오딘보다 원자량이 크지만, 성질을 따르면 아이오딘이 할로젠과 함께 있어야 하므로 텔루륨을 앞에 두었다. 당시에는 원자량 측정이 틀렸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진짜 이유는 뒤에 밝혀진다.

비활성 기체라는 새 족 (1894~1898)

1894년 레일리 경과 윌리엄 램지는 공기에서 아르곤을 분리했다. 아르곤은 어떤 물질과도 반응하지 않아 기존 표의 어느 족에도 들어맞지 않았다. 램지는 이어서 헬륨을 지상에서 확인하고, 1898년에는 네온·크립톤·제논을 잇달아 찾아냈다. 결국 주기율표에는 완전히 새로운 세로줄 하나, 오늘날의 18족이 추가되었다. 기존 틀을 깨뜨릴 것 같던 발견이 오히려 주기율표의 규칙성을 더 튼튼하게 만든 셈이다.

모즐리와 원자번호 (1913)

20세기 초 원자가 양성자·전자로 이루어진 구조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결정적인 전환이 왔다. 1913년 영국의 젊은 물리학자 헨리 모즐리는 여러 원소에 전자를 쏘아 나오는 특성 X선의 진동수를 측정했다. 그 결과 진동수의 제곱근이 원소마다 일정한 간격으로 증가한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 정수 값이 바로 원자핵의 전하, 곧 원자번호라는 것을 보였다.

이 발견으로 주기율표의 기준이 원자량에서 원자번호로 바뀌었다. 텔루륨과 아이오딘, 아르곤과 포타슘, 코발트와 니켈처럼 원자량 순서가 뒤바뀐 쌍도 원자번호 순서로 보면 자연스럽게 정리되었다. 또 원자번호 사이에 빠진 수가 곧 아직 발견되지 않은 원소라는 것도 분명해졌다. 43, 61, 72, 75, 85, 87번 자리가 그렇게 확인된 빈칸이었고, 이들은 이후 수십 년에 걸쳐 모두 채워졌다. 모즐리는 1915년 제1차 세계대전 중 갈리폴리 전투에서 스물일곱의 나이로 전사했다.

시보그의 악티늄족 (1945)

1940년 넵투늄과 플루토늄이 인공적으로 만들어지면서 우라늄보다 무거운 원소의 시대가 열렸다. 당시에는 토륨·프로트악티늄·우라늄을 d 블록 전이 금속의 연장으로 보았기 때문에 새 원소들도 그 아래에 놓으려 했다. 하지만 아메리슘과 퀴륨을 찾는 실험이 잘 풀리지 않았다.

미국의 글렌 시보그는 1945년, 악티늄부터 시작하는 원소들이 란타넘족처럼 f 오비탈을 채우는 별도의 계열이라는 악티늄족 개념을 제안했다. 동료들의 우려에도 이 가설을 바탕으로 실험을 설계하자 아메리슘과 퀴륨을 확인할 수 있었고, 주기율표 아래 두 번째 줄이 오늘날의 모습이 되었다. 시보그는 1951년 노벨 화학상을 공동 수상했고, 106번 원소 시보귬은 생존 인물의 이름을 딴 드문 사례로 남았다.

7주기의 완성 (2016)

20세기 후반부터는 입자 가속기로 원자핵을 충돌시켜 초중량 원소를 만드는 경쟁이 이어졌다. 미국·러시아·독일·일본의 연구소가 한 번에 원자 몇 개, 때로는 단 한 개를 만들어 붕괴 과정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새 원소를 확인했다.

2015년 말 IUPAC과 국제순수·응용물리학연합(IUPAP)의 공동 작업반은 113, 115, 117, 118번 원소의 발견을 공식 인정했다. 이어 2016년 11월 이름이 확정되었다.

  • 113번 니호늄(Nh): 일본에서 발견, '일본'에서 딴 이름
  • 115번 모스코븀(Mc): 모스크바 지역
  • 117번 테네신(Ts): 미국 테네시주
  • 118번 오가네손(Og): 러시아 물리학자 유리 오가네샨

이로써 7주기의 32칸이 모두 채워졌고, 주기율표는 현재 118개 원소로 빈칸 없이 완성된 모습이 되었다. 2019년은 멘델레예프의 표 발표 150주년을 기념해 유엔이 정한 '국제 주기율표의 해'였다.

앞으로의 주기율표

119번, 120번 원소를 만들려는 시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만약 성공한다면 8주기가 시작되고, 이론적으로는 g 오비탈을 채우는 새로운 블록이 나타날 수도 있다. 멘델레예프의 빈칸이 새로운 발견을 이끌었듯, 지금의 주기율표도 여전히 다음 질문을 품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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