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 · 05

p 블록 원소: 준금속·할로젠·비활성 기체까지

주기율표 오른쪽 13~18족 p 블록 원소를 족별로 살펴본다. 금속에서 비금속으로 바뀌는 흐름, 반도체를 만드는 준금속, 반응성이 가장 큰 할로젠, 반응하지 않는다고 여겨졌던 비활성 기체의 제논 화합물까지 정리한다.

주기율표 오른쪽의 13족부터 18족까지 여섯 줄을 p 블록이라 부른다. 원자의 마지막 전자가 p 오비탈에 들어가는 원소들이다. s 블록이 전부 금속이고 d 블록도 전부 금속인 데 비해, p 블록에는 금속·준금속·비금속이 모두 있다. 생명체를 이루는 탄소·질소·산소, 반도체의 규소, 공기 속 아르곤까지 성격이 전혀 다른 원소들이 한 구역에 모여 있어 주기율표에서 가장 다채로운 곳이라 할 수 있다.

p 블록의 큰 흐름

p 블록 안에서 성질은 두 방향으로 변한다.

  •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전자를 잃기보다 얻으려는 경향이 커져 금속성이 줄고 비금속성이 커진다.
  • 위에서 아래로: 원자가 커지고 바깥 전자를 잃기 쉬워져 금속성이 커진다.

그래서 p 블록의 왼쪽 아래(알루미늄·주석·납·비스무트)는 금속이고, 오른쪽 위(질소·산소·플루오린)는 비금속이며, 그 사이를 붕소에서 아스타틴 쪽으로 비스듬히 내려가는 준금속 띠가 가른다.

바깥 껍질 전자 수도 족 번호로 바로 알 수 있다. 13족은 s²p¹로 3개, 14족은 4개, 15족은 5개, 16족은 6개, 17족은 7개, 18족은 8개(헬륨만 2개)다.

13족: 붕소족

붕소는 준금속이고 나머지 알루미늄·갈륨·인듐·탈륨은 금속이다. 알루미늄은 지각에 가장 많은 금속으로, 가볍고 표면에 치밀한 산화막이 생겨 부식에 강하다. 갈륨은 녹는점이 약 30 °C라 손바닥 온도에서 녹는 금속으로 유명하며, 질화 갈륨은 청색 LED의 핵심 재료다. 인듐은 터치스크린의 투명 전극(인듐 주석 산화물)에 쓰인다.

13족에서는 아래로 갈수록 +3보다 +1 산화 상태가 안정해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탈륨은 +1 화합물이 흔하다. 무거운 원소에서 가장 바깥 s 전자쌍이 반응에 잘 참여하지 않는 현상으로, 비활성 전자쌍 효과라고 부른다.

14족: 탄소족

탄소는 비금속, 규소와 저마늄은 준금속, 주석과 납은 금속이다. 한 족 안에서 비금속부터 금속까지 모두 나타나는 대표적인 예다.

탄소는 다른 탄소 원자와 긴 사슬과 고리를 만들 수 있어 수백만 가지 유기 화합물의 뼈대가 된다. 같은 탄소 원자만으로도 결합 방식에 따라 다이아몬드, 흑연, 그래핀, 풀러렌처럼 성질이 전혀 다른 동소체가 된다. 규소는 산소 다음으로 지각에 많은 원소이며, 모래와 암석의 주성분인 이산화 규소로 존재한다. 순수한 규소 결정은 컴퓨터 칩과 태양 전지의 기반이다. 납은 비활성 전자쌍 효과로 +2 화합물이 더 안정하다.

15족: 질소족

질소는 공기 부피의 약 78%를 차지하는 기체지만, 질소 원자 두 개가 삼중 결합으로 단단히 묶여 있어 반응성이 낮다. 인은 흰인·붉은인·검은인 같은 동소체가 있으며, 흰인은 공기 중에서 저절로 불붙을 만큼 반응성이 크다. 질소와 인은 DNA와 ATP를 이루는 필수 원소이고, 비료의 주성분이기도 하다. 비소와 안티모니는 준금속, 비스무트는 금속이다. 비소는 독성으로 유명하지만 갈륨 비소 반도체 같은 전자 재료에도 쓰인다.

16족: 산소족(칼코젠)

산소는 지각과 인체 질량에서 가장 많은 원소다. 산소 분자(O₂) 외에 오존(O₃)이라는 동소체가 있어 성층권에서 자외선을 흡수한다. 황은 노란색 고체로 화산 지대에서 발견되며 황산 제조의 원료다. 셀레늄과 텔루륨은 준금속에 가까운 성질을 보이고, 폴로늄은 방사성 금속이다. 이 족의 원소를 칼코젠이라 부르는데, 광석을 만드는 원소라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온 이름이다.

17족: 할로젠

플루오린·염소·브로민·아이오딘·아스타틴·테네신이 17족이다. '할로젠'은 '소금을 만드는 것'이라는 뜻으로, 금속과 만나 염화 소듐 같은 염을 쉽게 만든다는 데서 왔다.

할로젠 원자는 바깥 껍질에 전자가 7개라서 1개만 더 얻으면 비활성 기체와 같은 안정한 배치가 된다. 그래서 전자를 끌어당기는 힘이 매우 강하다. 상온에서의 모습도 족을 따라 뚜렷하게 변한다.

원소상온 상태
플루오린(F₂)기체옅은 노란색
염소(Cl₂)기체황록색
브로민(Br₂)액체적갈색
아이오딘(I₂)고체검은 보라색(증기는 보라색)

아래로 갈수록 분자가 커져 분자 사이의 힘이 세지므로 끓는점과 녹는점이 높아진다.

반응성은 위로 갈수록 크다. 플루오린은 모든 원소 가운데 전기음성도가 가장 크고, 유리나 물과도 반응할 만큼 격렬하다. 할로젠 사이의 반응성 차이는 치환 반응으로 확인할 수 있다. 브로민화 포타슘 수용액에 염소를 통하면 염소가 브로민을 밀어내고 용액이 주황색으로 변한다.

Cl₂ + 2KBr → 2KCl + Br₂

반대로 브로민은 염화 이온을 밀어내지 못한다. 이 순서(F > Cl > Br > I)는 전자를 얻으려는 힘의 크기를 보여 준다.

할로젠은 생활 곳곳에 있다. 수돗물과 수영장 소독의 염소, 충치 예방 치약의 플루오린화물, 상처 소독약과 갑상샘 호르몬에 필요한 아이오딘이 그 예다. 다만 원소 상태의 할로젠 기체와 액체는 독성과 부식성이 강하다.

18족: 비활성 기체

헬륨·네온·아르곤·크립톤·제논·라돈·오가네손이 18족이다. 바깥 껍질이 가득 차 있어 오랫동안 어떤 화합물도 만들지 않는다고 여겨졌고, 그래서 '불활성 기체'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다.

이 믿음은 1962년 깨졌다. 캐나다에서 연구하던 영국 화학자 닐 바틀릿은 육플루오린화 백금(PtF₆)이 산소 분자에서 전자를 빼앗을 만큼 강한 산화제라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제논의 첫 이온화 에너지가 산소 분자와 거의 같다는 점에 착안해 제논과 PtF₆을 반응시켰고, 주황빛 고체 화합물을 얻었다. 같은 해 다른 연구진은 제논과 플루오린을 직접 반응시켜 사플루오린화 제논(XeF₄)을 만들었다. 이후 XeF₂, XeF₆, 산화물인 XeO₃ 등 여러 제논 화합물이 알려졌고, 크립톤도 KrF₂ 같은 화합물을 만든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무거운 비활성 기체일수록 원자가 커서 바깥 전자가 핵에서 멀고, 이온화 에너지가 작아 화합물을 만들 수 있다. 헬륨과 네온은 지금도 안정한 중성 화합물이 알려져 있지 않다. 이런 발견 이후 이 족은 '반응하지 않는 기체'가 아니라 '반응성이 매우 낮은 기체'라는 뜻의 비활성 기체로 불리게 되었다.

비활성 기체의 용도는 반응성이 낮다는 성질을 그대로 활용한다.

  • 헬륨: 풍선과 비행선, MRI 초전도 자석의 냉각.
  • 네온: 붉은 주황빛 네온사인.
  • 아르곤: 용접 보호 기체, 백열전구 충전 기체. 공기의 약 0.93%를 차지해 비활성 기체 가운데 가장 흔하다.
  • 크립톤·제논: 고휘도 램프, 자동차 헤드램프, 인공위성의 이온 엔진 추진제.
  • 라돈: 방사성 기체로, 토양과 암석에서 나와 지하실 등에 쌓이면 폐암 위험을 높인다.

준금속 다시 보기

p 블록의 준금속(붕소·규소·저마늄·비소·안티모니·텔루륨)은 금속과 비금속의 성질을 섞어 가진다. 특히 전기 전도도가 온도와 불순물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 중요하다. 규소에 인을 조금 넣으면 전자가 남는 n형, 붕소를 넣으면 전자가 모자라는 p형 반도체가 된다. 13족과 15족 원소를 14족 원소에 섞는 이 기술, 곧 도핑이 오늘날 모든 전자 기기의 기초다. 주기율표의 족 번호가 반도체 공학의 설계도와 그대로 연결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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