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 · 01

주기율표 읽는 법: 칸 하나부터 블록 구조까지

원소 칸의 원자번호·기호·원자량부터 족과 주기, s·p·d·f 블록, 아래로 떨어진 란타넘족·악티늄족, 금속과 비금속의 경계까지 주기율표를 처음 읽는 사람이 꼭 알아야 할 구조와 읽는 순서를 차례로 설명한다.

주기율표는 118개 원소를 외우라고 만든 목록이 아니다. 원소들이 어떤 규칙으로 비슷해지고 달라지는지를 한 장에 접어 넣은 지도에 가깝다. 지도를 읽으려면 범례부터 알아야 하듯, 주기율표도 칸 하나에 적힌 정보와 가로·세로 줄의 의미, 그리고 색으로 나뉜 구역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면 처음 보는 원소의 성질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원소 칸 하나에 담긴 정보

대부분의 주기율표에서 원소 칸에는 최소 세 가지가 들어 있다.

  • 원자번호: 원자핵 속 양성자의 수다. 수소는 1, 탄소는 6, 철은 26이다. 원자번호는 원소의 정체를 결정한다. 양성자가 26개면 전자나 중성자 수와 상관없이 그 원자는 철이다.
  • 원소 기호: 한 글자 또는 두 글자로 된 국제 공통 표기다. 첫 글자는 대문자, 둘째 글자는 소문자로 쓴다. Co(코발트)와 CO(일산화 탄소)는 전혀 다른 뜻이므로 대소문자를 정확히 지켜야 한다. 소듐이 Na, 포타슘이 K, 철이 Fe인 것처럼 라틴어 이름에서 온 기호도 많다.
  • 원자량: 그 원소 원자의 평균 질량을 탄소-12 기준의 상대값으로 나타낸 수다. 자연에 있는 동위원소들의 존재 비율을 반영한 평균이라서 정수가 아니다. 예를 들어 염소는 질량수 35와 37인 동위원소가 섞여 있어 원자량이 35.45가 된다.

원자량 옆에 대괄호가 붙은 값, 예를 들어 테크네튬 [97]이나 플루토늄 [244]는 안정 동위원소가 없어 자연 존재비로 평균을 낼 수 없는 원소에 쓰인다. 이때 괄호 속 수는 가장 오래 사는 동위원소 하나의 질량수다. 이 사이트의 원자량은 국제 원자량 및 동위원소 존재비 위원회(CIAAW)가 2024년에 발표한 요약 표준 원자량을 기준으로 한다.

주기율표에 따라서는 전자 배치, 전기음성도, 녹는점, 상온에서의 상태(고체·액체·기체) 같은 정보를 더 넣기도 한다. 칸이 복잡해 보여도 핵심은 원자번호다. 표 전체가 원자번호 순서대로 한 칸씩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가로줄은 주기, 세로줄은 족

주기율표의 가로줄을 주기라고 한다. 현재 주기율표에는 1주기부터 7주기까지 일곱 줄이 있다. 주기 번호는 그 원소의 바닥상태 원자에서 전자가 들어 있는 가장 바깥 껍질의 번호와 같다. 1주기에는 수소와 헬륨 두 원소만 있고, 2·3주기는 8개, 4·5주기는 18개, 6·7주기는 32개다. 줄마다 길이가 다른 이유는 뒤에서 설명할 오비탈 구조 때문이다.

세로줄은 이다. 국제순수·응용화학연합(IUPAC)이 권장하는 방식으로는 왼쪽부터 1족에서 18족까지 번호를 붙인다. 오래된 교과서에서 보이는 IA, IIB 같은 로마 숫자와 알파벳 표기는 지역마다 규칙이 달라 혼란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은 1~18 번호가 표준이다.

같은 족에 있는 원소들은 가장 바깥 껍질의 전자 배치가 비슷해서 화학적 성질도 닮는다. 1족의 리튬·소듐·포타슘은 모두 물과 격렬하게 반응하고 +1 이온이 되기 쉽다. 17족의 플루오린·염소·브로민·아이오딘은 전자 하나를 얻어 −1 이온이 되려는 경향이 강하다. 18족의 헬륨·네온·아르곤은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 그래서 주기율표를 볼 때는 "이 원소는 몇 족인가"를 먼저 확인하면 성질을 빠르게 짐작할 수 있다.

s·p·d·f 블록: 표 모양이 울퉁불퉁한 이유

주기율표가 직사각형이 아니라 왼쪽에 높은 기둥 두 개, 가운데 낮은 구역, 오른쪽 넓은 구역으로 생긴 이유는 전자가 채워지는 오비탈의 종류에 따라 원소를 묶었기 때문이다. 원자의 마지막 전자가 어느 종류의 오비탈에 들어가는지에 따라 네 구역으로 나눈다.

블록위치한 주기당 원소 수
s 블록1~2족 (+헬륨)2수소, 소듐, 칼슘
p 블록13~18족6탄소, 산소, 염소, 네온
d 블록3~12족10철, 구리, 금
f 블록란타넘족·악티늄족14네오디뮴, 우라늄

s 오비탈은 전자를 2개, p 오비탈 묶음은 6개, d는 10개, f는 14개까지 담을 수 있다. 2주기에서는 s와 p만 채워지므로 2+6=8개 원소, 4주기부터는 d가 끼어들어 2+10+6=18개, 6주기부터는 f까지 더해져 2+14+10+6=32개가 된다. 주기의 길이 2, 8, 8, 18, 18, 32, 32는 이렇게 오비탈 용량에서 바로 나온다.

헬륨은 전자 배치로 보면 1s²라서 s 블록이지만, 화학적 성질이 비활성 기체와 같기 때문에 대부분의 표에서 18족 맨 위에 놓는다. 블록 구분과 족 구분이 딱 맞지 않는 대표적인 예다.

란타넘족·악티늄족은 왜 아래로 떨어져 있을까

주기율표 아래에 따로 두 줄이 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위 줄이 란타넘족(원자번호 57~71), 아래 줄이 악티늄족(89~103)이다. 이들은 원래 6주기와 7주기의 3족 근처에 들어가야 하는 원소들이다.

아래로 뺀 이유는 순전히 모양 때문이다. f 블록 14칸을 본문에 그대로 끼워 넣으면 표의 가로 길이가 32칸이 되어 종이나 화면에 담기에 너무 길어진다. 그래서 f 블록을 잘라 아래에 붙여 두고, 원래 자리에는 별표나 "57–71" 같은 표시를 남긴다. 이 32칸짜리 넓은 형식도 실제로 쓰이며 원자번호가 끊김 없이 이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두 형식은 담고 있는 정보가 같고 배치만 다르다.

참고로 3족 아래에 무엇을 둘지에 대해서는 오래된 논쟁이 있다. 란타넘과 악티늄을 3족에 두는 표도 있고, 루테튬과 로렌슘을 두는 표도 있다. IUPAC은 이 문제를 검토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으며, 교과서마다 표기가 다를 수 있다는 점만 기억해 두면 된다.

금속, 비금속, 준금속의 경계

주기율표를 색으로 칠하면 가장 넓은 영역은 금속이다. 전체 원소의 약 4분의 3 이상이 금속이며, 왼쪽과 가운데를 차지한다. 금속은 대체로 광택이 있고 전기와 열을 잘 전달하며, 두드리면 펴지고 전자를 잃어 양이온이 되기 쉽다.

오른쪽 위에는 비금속이 모여 있다. 수소, 탄소, 질소, 산소, 인, 황, 할로젠, 비활성 기체가 여기에 속한다. 상온에서 기체인 것이 많고, 고체라도 부서지기 쉬우며 전기를 잘 통하지 않는다(흑연처럼 예외도 있다).

두 영역 사이에는 붕소에서 시작해 아래로 규소, 저마늄, 비소, 안티모니, 텔루륨으로 이어지는 계단 모양의 경계가 있다. 이 경계선 근처의 원소를 준금속이라 부른다. 준금속은 겉모습은 금속과 비슷하지만 화학적으로는 비금속처럼 행동하기도 하고, 전기 전도도가 금속과 절연체의 중간이다. 규소와 저마늄이 반도체 산업의 핵심 재료가 된 것도 이 중간적 성질 때문이다. 폴로늄이나 아스타틴을 준금속에 넣을지는 기준에 따라 다르므로 표마다 색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

표를 읽는 순서 정리

처음 보는 원소를 만났을 때 다음 순서로 보면 좋다.

  1. 원자번호로 양성자 수와 표 속 위치를 확인한다.
  2. 몇 주기인지 보고 전자 껍질이 몇 층인지 짐작한다.
  3. 몇 족인지 보고 비슷한 성질의 이웃 원소를 떠올린다.
  4. 어느 블록인지 보고 마지막 전자가 어떤 오비탈에 들어가는지 파악한다.
  5. 금속·준금속·비금속 가운데 어느 영역인지 색으로 확인한다.

이 다섯 가지만 익숙해지면 주기율표는 외울 거리가 아니라 추론의 도구가 된다. 예를 들어 루비듐을 처음 들었더라도 1족 5주기에 있다는 것만 알면 "소듐·포타슘보다 더 격렬하게 물과 반응하는 무른 금속"이라고 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주기율표에서 원소를 하나씩 눌러 족·주기·블록·분류를 직접 확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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