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 · 06
란타넘족과 악티늄족: f 블록 원소 가이드
주기율표 아래 두 줄인 란타넘족과 악티늄족을 다룬다. 란타넘족 수축과 그 결과, 희토류가 실제로는 드물지 않은 이유와 자원 문제, 우라늄 너머의 초우라늄 원소와 방사성 동위원소의 활용까지 f 블록 원소를 한 번에 정리한다.
주기율표 아래에 따로 떨어져 있는 두 줄은 흔히 '부록'처럼 보이지만, 현대 기술과 에너지 문제에서 가장 뜨거운 원소들이 이곳에 있다. 스마트폰과 전기차 모터의 자석, 원자력 발전의 연료, 우주 탐사선의 전원이 모두 이 두 줄에서 나온다. 두 줄은 전자가 f 오비탈을 채워 나가는 f 블록이며, 위 줄이 란타넘족, 아래 줄이 악티늄족이다.
f 블록의 구조
f 오비탈은 7개이고 최대 14개의 전자를 담는다. 그래서 란타넘족과 악티늄족은 각각 란타넘(57)부터 루테튬(71)까지, 악티늄(89)부터 로렌슘(103)까지 15개 원소로 이루어진다(15개인 이유는 시작 원소인 란타넘과 악티늄을 포함하는 관례 때문이다).
란타넘족에서 채워지는 4f 오비탈은 원자 안쪽 깊숙이 있어 바깥의 5s·5p 전자에 가려진다. 그래서 화학 반응에 직접 참여하는 전자는 대부분 바깥 전자이고, 란타넘족 원소들은 서로 매우 닮았다. 대부분 +3 이온으로 존재하며, 세륨(+4)과 유로퓸(+2)처럼 다른 산화수가 안정한 경우는 f 부껍질이 비거나 반쯤 차거나 꽉 차는 배치와 관련이 있다.
란타넘족 수축
란타넘에서 루테튬으로 갈수록 원자 번호가 14 늘어나는데도 원자와 +3 이온의 크기는 오히려 조금씩 작아진다. 이를 란타넘족 수축이라 한다.
원인은 4f 전자의 가리움 효과가 약하다는 데 있다. 양성자가 하나 늘 때마다 전자도 하나씩 4f에 들어가지만, f 오비탈은 모양이 복잡하고 넓게 퍼져 있어 바깥 전자를 핵의 인력으로부터 잘 가려 주지 못한다. 결국 바깥 전자가 느끼는 유효 핵전하가 조금씩 커지고, 전자 구름이 안쪽으로 당겨진다.
이 작은 수축은 주기율표 전체에 흔적을 남긴다.
- 지르코늄과 하프늄의 쌍둥이 현상: 5주기의 지르코늄과 바로 아래 6주기의 하프늄은 크기가 거의 같다. 원래라면 한 주기 아래 원소가 더 커야 하지만, 그 사이에 끼어든 란타넘족 수축이 증가분을 상쇄했기 때문이다. 두 원소는 화학적 성질이 너무 비슷해 하프늄은 1923년에야 지르코늄 광석 속에서 발견되었고, 지금도 분리가 까다롭다.
- 6주기 전이 금속의 높은 밀도: 크기는 거의 늘지 않았는데 질량은 크게 늘어 오스뮴·이리듐·백금 같은 원소의 밀도가 매우 크다.
- 란타넘족끼리의 분리 난이도: 이웃 원소 사이의 크기 차이가 아주 작아 화학적 방법으로 하나씩 떼어 내기가 어렵다. 20세기 중반 이온 교환과 용매 추출 기술이 발전하기 전까지 순수한 란타넘족 원소를 얻는 일은 매우 고된 작업이었다.
희토류: 드물지 않은 '희귀한 흙'
희토류 원소는 란타넘족 15개에 스칸듐과 이트륨을 더한 17개 원소를 가리킨다. 스칸듐과 이트륨은 3족 원소이지만 같은 광물에서 함께 산출되고 +3 이온의 성질이 비슷해 한 묶음으로 다룬다.
이름과 달리 희토류는 지각에 아주 드물지 않다. 세륨의 지각 존재량은 구리와 비슷한 수준이고, 가장 드문 편인 툴륨이나 루테튬도 금이나 백금보다 흔하다. '희(稀)'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경제성 있게 농축된 광상이 적고, 서로 닮은 원소들을 분리·정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방사성 원소인 프로메튬은 안정 동위원소가 없어 자연에는 극미량만 존재한다.
희토류의 역사는 스웨덴의 작은 마을 이테르비와 깊이 얽혀 있다. 이 마을 근처 광산에서 나온 광물로부터 이트륨, 터븀, 어븀, 이터븀이 차례로 분리되었고, 네 원소 모두 마을 이름에서 이름을 얻었다.
현대 산업에서 희토류는 작은 양으로 큰 성능 차이를 만든다.
-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디스프로슘: 네오디뮴-철-붕소 영구 자석. 전기차 구동 모터, 풍력 발전기, 이어폰과 하드 디스크에 쓰인다.
- 사마륨: 고온에서도 자력을 유지하는 사마륨-코발트 자석.
- 유로퓸·터븀: 디스플레이와 형광등의 빨강·초록 형광체.
- 어븀: 광섬유 통신의 신호 증폭기.
- 가돌리늄: MRI 조영제.
- 세륨: 유리 연마제, 자동차 배기가스 촉매.
- 란타넘: 니켈-수소 전지의 합금, 고굴절 카메라 렌즈 유리.
채굴과 정제 과정에서는 산성 폐수와 함께 토륨·우라늄 같은 방사성 부산물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 환경 부담이 크다. 또 생산과 정제가 일부 국가에 집중되어 있어 공급망 안정이 여러 나라의 정책 과제가 되었다. 폐전자제품에서 희토류를 회수하는 재활용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다.
악티늄족: 모두 방사성
악티늄족 15개 원소는 예외 없이 안정 동위원소가 없다. 그중 토륨과 우라늄은 반감기가 매우 길어 지구가 생길 때부터 남아 있는 원시 원소다. 토륨-232의 반감기는 약 140억 년, 우라늄-238은 약 45억 년, 우라늄-235는 약 7억 년이다. 이 긴 반감기 덕분에 우라늄 동위원소는 암석과 지구의 나이를 재는 방사성 연대 측정에 쓰인다.
악티늄족의 앞쪽 원소들은 란타넘족과 달리 여러 산화수를 보인다. 우라늄은 +3에서 +6까지, 플루토늄은 +3에서 +7까지 나타난다. 5f 오비탈은 4f보다 바깥으로 넓게 퍼져 있어 결합에 더 쉽게 참여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20세기 초에는 이들을 d 블록 전이 금속의 연장으로 오해하기도 했다. 이를 바로잡은 것이 1945년 글렌 시보그의 악티늄족 개념이다.
초우라늄 원소
원자번호가 우라늄(92)보다 큰 원소를 초우라늄 원소라 한다. 이들은 자연에 거의 없고 대부분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다.
- 1940년 미국 버클리에서 에드윈 맥밀런과 필립 에이벌슨이 우라늄에 중성자를 쬐어 넵투늄(93)을 만들었다.
- 곧이어 시보그 연구진이 플루토늄(94)을 확인했다. 플루토늄-239는 핵분열을 잘 일으켜 원자력과 핵무기의 역사에 큰 영향을 주었다.
- 1944년 무렵 아메리슘(95)과 퀴륨(96), 1949~1950년 버클륨(97)과 캘리포늄(98)이 합성되었다.
- 아인슈타이늄(99)과 페르뮴(100)은 1952년 수소 폭탄 실험의 잔해에서 처음 확인되었다.
- 멘델레븀(101), 노벨륨(102), 로렌슘(103)은 가속기에서 무거운 원자핵에 가벼운 이온을 충돌시켜 만들었다.
원자번호가 커질수록 반감기는 대체로 짧아지고, 한 번에 만들 수 있는 원자 수도 급격히 줄어든다. 페르뮴 이후 원소들은 눈에 보이는 양으로 모은 적이 없다.
방사성과 활용
방사성 원소는 위험하지만, 성질을 정확히 알고 통제하면 쓸모가 크다.
- 우라늄-235: 원자력 발전소의 핵연료. 천연 우라늄의 약 0.7%에 불과해 농축 과정을 거친다.
- 플루토늄-238: 붕괴열을 전기로 바꾸는 방사성 동위원소 열전 발전기의 연료. 태양빛이 약한 먼 우주를 가는 탐사선과 화성 탐사 로버에 쓰였다.
- 아메리슘-241: 반감기 약 432년. 일부 이온화식 연기 감지기에 아주 적은 양이 들어간다.
- 캘리포늄-252: 강한 중성자 선원으로 원자로 기동과 물질 분석에 쓰인다.
방사선의 위험은 원소의 종류뿐 아니라 방사선의 종류(알파·베타·감마), 양, 노출 경로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알파선을 내는 물질은 몸 밖에서는 종이 한 장으로도 막히지만, 들이마시거나 삼키면 큰 해를 끼친다. 그래서 악티늄족 원소는 엄격한 규제 아래에서만 다룬다.
정리
란타넘족은 서로 너무 닮아서 분리가 어렵지만 그 미묘한 차이가 자석과 형광체, 레이저의 성능을 좌우한다. 악티늄족은 모두 방사성이며 핵에너지와 우주 탐사, 연대 측정의 열쇠다. 주기율표 아래 두 줄은 떨어져 있어도 본문과 같은 규칙, 곧 전자가 오비탈을 차례로 채운다는 원리를 따른다. 주기율표에서 f 블록 원소를 하나씩 눌러 산화수와 발견 연도를 비교해 보면 이 흐름이 한눈에 들어온다.